GAGARoad

[공연리뷰] 두산아트센터 이타주의자 극단 돌파구의 '피와 씨앗' 본문

전시 공연

[공연리뷰] 두산아트센터 이타주의자 극단 돌파구의 '피와 씨앗'

가로이 2018. 6. 1. 00:04

안녕하세요 가로이에요 :)

이번에 제가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두산 인문극장 프로그램의 스콜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인 '이타주의자'와 관련한

여러 강연, 전시, 공연들을 관람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얼마 전에 관람하고 온 극단 돌파구의 공연 '피와 씨앗'을 리뷰할 겸,

제가 생각하는 이 공연에서의 이타주의자는 누구인지 써보려고 합니다!



이제 이틀 후면 공연이 막을 내리기 때문에

공연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서두르셔야 할거 같아요ㅠㅠ

(표도 거의 매진이라고 합니다ㅠㅠ!)



제가 좋아하는 극단 돌파구의 작품으로

배우님들의 열연과 신선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1층의 거실/부엌과 2층의 어텀의 방 등

공간의 이동을 보여주기 위해서 주로 사용되는 (+어텀의 심리 표현)

카메라를 사용한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Space 111 극장의 무대는 이렇게 긴 식탁으로 가득차 있었는데요

어딘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의 이 식탁은

놀랍게도 가족의 귀염둥이 손녀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생일파티의 현장입니다

그럼 이 어딘가 이상한 가족 인물들을 한 명씩 살펴볼까요?



우미화 배우님이 열연해주신 할머니 소피아,

수의사이기도 하며, 병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손녀 어텀을 살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인물입니다.



이야기는 신장병을 앓고 있는 소녀 '어텀'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어텀은 계속해서 밀알의 여신에 대한 기도문을 읊곤 하는데요

어릴 때 죽은 엄마에 대해 할머니께 들으면서

엄마의 죽음이 이 기도문과 관련이 있다고 짐작합니다

하지만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던 어텀,

본능적으로 집에 찾아온 이 낯선 남자가 아빠임을 알게 됩니다.



어텀의 아빠이자 소피아의 아들인 '아이작'

(아마도) 아내를 죽인 죄목으로 감옥에 수감 중인 것 같습니다

소피아의 요청으로 아픈 딸에게 신장 이식을 해줄지 결정하기 위해

교도관과 동행해 오랜만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녀의 아빠는 어텀을 살릴 구원자가 될지, 

혹은 그녀의 엄마에게 그랬듯, 그녀를 죽게 할지 과연?!



아이작을 데리고 온 교도관(?) '바텀'

관객들을 대변하는 관찰자적인 인물이면서 동시에

이 연극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죄수를 살리느냐, 병든 소녀를 살리느냐의 기로에 서서

많은 갈등을 하게 되는데, 끝내 정답을 찾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어텀의 이모 '바이올렛'

어텀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인물입니다.

바텀에게 관심을 표하는 등 약간의 개그적인 요소들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충동적이기도 하고 다혈질적인 면모도 있습니다


할머니인 소피아는 아들인 아이작에게 손녀이자 아이작의 딸인 어텀에게

신장 이식을 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ㅇ하지만 아이작은 애정도 없는 딸을 위해 자신의 수명을 갉아먹을 수 없다며

결국 이식을 해줄 것을 거부하고 가족들은 비극으로 치닫게 되죠



사실 피와 씨앗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뒤틀려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곱씹어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절박한 이유와 사정이 있습니다.


병약해보이는 소녀 어텀은 계속해서 욕설을 내뱉습니다.

자신이 널 살려주기를 원하냐는 아이작의 질문에는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씨발, 당연한거 아냐? 뭘 물어."

당황스러우면서도 납득이 가는 대답입니다.

아빠와 딸이라는 관계의 설정 때문에 더욱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 말은

사실 그 피로 이어진 관계를 제외하면 남이나 다름 없는 이 두 사람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당연하면서도 이기적인 대답일지 모릅니다.

아빠라면 당연히 딸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글쎄요...

하지만 딸의 모든 인생을 망쳤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아빠 아이작의

마지막까지 딸을 위해 한 차례도 양보하지 않는 모습 역시 이타주의자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충격적이었던 마지막 결말이 지난 후 무대의 모습입니다.

할머니 소피아는 아들 아이작이 어텀을 위한 신장 의식을 거부하자

교도관 바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아이작에게 진정제를 투여해

강제로 수술을 집도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또 다른 인상 깊은 대사가 나오는데,

동물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을 어떻게 믿고 수술을 하냐는 바텀의 외침에

소피아는 "인간도 결국 다 동물이다" 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한 사람의 생명은

심지어 그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을 경우 더더욱, 

타인에 의해 강제로 결정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충동을 억제할 수 있고 없고가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 아이작의 생명에 대한 갈망을 본인 멋대로 꺾어버린 할머니 소피아는

아무리 그 의도가 손녀딸을 위함이었다고 한들, 이타주의자라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들 중 누가 가장 이타주의자인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아마 바이올렛 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바이올렛은 사실상 아이작과는 극의 제목 '피'를 생각했을 때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자신과 피로 이어진 언니를 죽인 장본인이 바로 아이작이죠.

그 언니의 딸인 어텀의 생명을 저버린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텀을 위해 바이올렛은 피로 엮인 관계가 아닌 소피아와 함께 살면서

어텀을 돌보고, 끝까지 어텀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총으로 바텀을 위협하긴 하지만, 끝끝내 발사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바이올렛이야 말로 인물들 가운데 가장 이타주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희생은 당연시 여겨져도 되는 것일까요?

진정한 이타주의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것이 올바를까요?"


뚜렷한 결말이 없기에 오히려 더더욱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연극이었습니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