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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흑인인권운동] 안젤라 데이비스와 미국수정헌법 제13조 본문

비평/Fall 2021 Counter-Culture Revolution

[미국흑인인권운동] 안젤라 데이비스와 미국수정헌법 제13조

가로이 2021. 9. 12. 15:33

제가 전공하고 있는 PS에서는 주로 Black과 Latin American Performance를 많이 다루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정치적 배경이나 역사에 대해서 필수적으로 공부하게 되는데요, 사실 노예제, Segregation, 최근의 Black Lives Matter 운동 등의 커다란 토픽들을 제외하고 흑인 인권 운동에 대해, 인종과 관련한 미국이라는 국가의 정책에 대해 깊게 아는 바가 없었어요. 

저처럼 아는게 별로 없는 분들(?) 하지만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넷플릭스의 13th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라는 다큐멘터리에요. 미국이라는 국가가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어떻게 계속해서 흑인들을 억압하고 차별해왔는지, 그 사회 구조에 대해 낱낱이 설명하고 있어요. 덕분에 조금이나마 그 흐름과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인종 차별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어요. 

Netflix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https://www.youtube.com/watch?v=ZBSiIAfeUAs 

출처: 왓차플레이

인종 차별. 저도 어릴 때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정말 많이 겪었는데요, (그땐 그게 인종차별인 줄도 몰랐더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고, 운이 좋게도 나와 다르게 생긴 아이에 대해 궁금해 해주었던 친구들이 더 많았던 덕분에 (그러고 보면 그것도 혹시 오리엔탈리즘? 하 머리아파) 외국에서의 생활도 나름대로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종 차별이 개인의 정체성과 정서, 삶의 태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어렴풋이 느낀 건 17년도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갔을 당시였어요. 살면서 그렇게 심한 차별, 그것도 단지 내가 아시아 여성이기 때문에, 라는 어쳐구니 없는 이유로 그런 대우를 받았던 일이 처음이었고, 그래서 더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점점 모든 사람들이 다 적으로 느껴지고, 내가 겪는 모든 일이 전부 나의 피부색 때문인 것 같고, 항상 긴장해있고, 눈치를 보고. 그 때의 기억이 이 클립을 보면서 크게 공감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영상은 한국계 캐나다 배우인 산드라 오의 인터뷰 중 봉준호 감독이 시상식에서 보여준 당당함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산드라 오는 그런 봉준호 감독을 보면서 "그가 (인종적으로) 소수자로 살아온 적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자기 자신을 낮추어보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껏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음을 알았다." 고 언급한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차별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회 구조 속에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인종과 차별의 역사가 어떻게 개개인을 바꾸는가. 많은 생각이 들게 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RrSIm2RXN4o 

 

비슷한 맥락에서 오늘 메인으로 다룰 내용은 안젤라 데이비스의 1970년대 인터뷰에요.

안젤라 데이비스는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이자 정치/사회 활동가에요. 많은 흑인 여성들의 롤모델이기도 하죠. 이 인터뷰는 안젤라 데이비스가 1970년 감옥에 투옥된 후 재판을 기다리던 중 촬영되었다고 해요. (결과 스포: 1972년 무죄로 석방🥳) 석방되는 순간이 정말 너무 짜릿한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보통 미국 드라마나 뭐 실제 다른 재판 장면 클립들을 보면 흑인 여성 피고들은 항상 유무죄를 막론하고 머리 쫙 피거나 단정하게 묶고 재판장에 들어가잖아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백인)주류가 생각하는 '단정함'과 '미'의 기준이 재판에서 실제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하지만 안젤라 데이비스는 본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가 무죄를 받아내고 유유히 걸어나갔다는 점. 크. 

기자분의 질문들이 다 너무 좋았는데 (혹시 안젤라 데이비스 팬이었나?)

"What do you see as the meaning of the term 'revolutionary'?" (혁명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혁명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겠지만, "혁명이란 사람들이 느끼는 필요와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이다." 라고 대답해요. 사람들이 모두 함께 살아가고, 사랑하고, 건강하게 지내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구조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거죠. 구조를 전복시키고, 소수만이 독점하고 있는 부를 나누고, 혁명 정부로 위장하며 비극만을 재생산하는 정치 기구들을 모두 부수어야 한다: Rebel black revolutionary realizes that we cannot begin to combat racism, destroy racism until we’ve destroyed the whole system.

"People see it in the context that revolutionary is a violence." (혁명은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혁명을 정의하는 요소 중 폭력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혁명과 폭력을 완전히 동일시하는 태도는 진보적 사회 운동이 파시즘과 같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죠.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에요. 사람들을 억압하기 위해서, 모두가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 권력을 잡기 위해서 폭력을 쓰기 시작한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

비슷한 맥락으로 안젤라 데이비스를 Communist (공산주의자) 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려요. 

공산주의자라는 단어는 당시 미국에서 병처럼 여겨지고, 잘못 연결지어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백인 주류 언론에서도 이 사실을 잘 알고있기에 안젤라 데이비스를 단순히 공산주의자다, 라고 결론지어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도록 막았죠. 하지만 사실상 흑인들은 달라요. 교육을 받지 못한 흑인들이 대부분이고 (감옥에 14,000명이 넘는 여성 흑인 수감자들이 있었다는데,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죠) 그렇기 때문에 그 중 한 흑인은 안젤라 데이비스에게 쓴 편지 속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데 사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은 알고자 하는 욕망과 호기심이 있다.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주는 정치성과 별개로 그런 이야기를 듣는 이유는 revolutionary의 의미에 대해 말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과 같다. 내가 사회를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다. (The only way that we can do this is by moving towards a revolutionary society where the needs and the interests and the wishes of all people  can be respected.) 흠냐 이게 공산주의였나요?.? 다들 그러려는거 아니었어? 

"How do you perceive the prison institutions at this time in regards to what they call rehabilitation?" (재활이라고 불리는 현재의 감옥 시스템에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미국의 prison system은 한국과 많이 달라요. 개인적으로 한국의 형법이 정말 거지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원시원하게 때리는 미국이 낫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안젤라 데이비스가 언급한 Robert Wesley Wells. 이 분 차 하나 훔쳤는데 40년 감옥... 이 분은 뒤에 언급하게될 Indeterminate Sentencing of Prisoners 이 법 때문에 애매하게 감옥에 갔다가 그 안에서 교도관의 머리를 때린 것으로 다시 가석방 없이 사형을 선고받아요. 그냥 쳐다본 방향에 우연히 백인 여성이 있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성범죄자가 된 흑인들도 많다고 하죠. 

그것도 그렇고, 일단 기소가 되면 유죄 판결이 나지 않아도 구금이 되죠. 여기서 재판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요. 하지만 미국에는 범죄자의 수가 너무 많고, 재판도 너무 많아서 검사들이 모든 용의자들을 재판까지 끌고가고 싶지 않아해요. 체포된 사람들 중 고작 1퍼센트만 재판을 받게 된다고 하죠. 그래서 여기서 많이 등장하는 것이 plead barganing / 사법 형량 거래라고 해야 할까요? 유죄 인정하면 3년 사는 건데, 만약 재판 가면 유죄가 나오면 기본 10년 깔고 가는 거야. 어떡할래, 선택해. 이미 재판을 기다리면서 감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상태에서 혹시나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야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이 밀려들어오면, 억울해도 유죄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너무 이상한 법이에요...

안젤라 데이비스도 이 점을 지적해요. George Jackson을 포함한 많은 unnamed 이름 모를 흑인들은 애초에 좋은 변호사 (adequate representations)을 만날 수 있었다면, 인종 차별적 배경이 없었다면, 돈이 있었다면 감옥에 들어갈 일이 없었을 사람이었다. 그는 Soledad Brothers와 함께 교도관 살해 혐의로 구속되어 1971년 사살당했는데요, 이 사건으로 안젤라 데이비스는 개개인의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 전체를 바꾸고 공격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 같아요. 그냥 아무 흑인이나 잡아 넣고, 2년쯤 감옥에서 굴리는 게 이렇게 쉽기 때문에, 흑인 인권 운동 (Black Liberation Movement) 의 지도자들을 전부 이런 식으로 공동체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가능했고, 그렇게 흑인들의 손과 발을 묶고 입을 막으며 무력하게, 약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분노할만한 일이죠. (This is a contrived, calculated effort, to make sure they are separated from people.) 

"Indeterminate Sentencing of Prisoners" - 또 다른 이상한 법인데요 ㅎㅎ 형기를 고정하지 않고 몇 년 이상 몇 년 이하, 이렇게 애매하게 때리는데, 그럼 가석방의 날짜가 유동적이게 되죠. 처음 등장했을 때는 엄청 진보적이라고 칭찬을 받았고, 재활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과연 이게 현실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가. 내가 2년 살지 15년 살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 (adult authority) 의 손에는 더 큰 권력이 쥐어지죠. 그 사람들은 대다수가 교정 시설 관계자나 검사, 법 행정가들이에요. 당연히 한 명 빼고 다 백인. 이 사람들에게 가석방 날의 결정권이 주어지고, 그들은 당연히 시스템의 편을 들겠죠? 

정말 충격적인 건 Brain Surgery, Drugs를 교도소 내 형벌로 사용하겠다는 것. 교도소 내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재소자들에게 뇌 수술을 시킨다는데ㅋㅋㅋㅋㅋ안젤라 데이비스 왈 나치랑 다른게 뭐냐며... 뇌의 아주 중요한 부위를 파괴시키고 식물인간이나 다름 없게 만드는 건데 이 사람들을 흉악하고 위험한 범죄자로 여론에다가 언플 오지게 해서 이 제도가 마치 엄청 필요한 것인 양 세팅하는 거죠. 게다가 자발적인 형벌이라고 한다는데 내가 여기서 몇 년 살지도 지들이 결정하는데 그게 정말 자발적인지 아닌지 알게 뭐람. 특히 약물의 경우 실제로 겪은 사람들은 정말 죽기 직전의 고통을 느끼고 충격으로 계속 트라우마를 겪는다는데... 

이렇게 미국의 사법 시스템은 모두 인종 차별적인 결과가 필연적으로 생산되도록 디자인되어 있어요. 안젤라 데이비스는 교정 시설이야말로 그 사회가 어떤모습인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요소이다. 그 벽 너머를 보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신호가 된다. 이렇게 주장해요. 

소위 말하는 '정치범'의 역사는 오래 되었어요. 소크라테스ㅋㅋ도 정치범ㅋㅋㅋ 하지만 안젤라 데이비스는 정치범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말해요. 첫 번째는 자기의 믿음 때문에, liberation을 위한 정치적 활동 때문에 감옥에 들어간 케이스. 두번째는 그 사람의 행동이 불합리한 시스템에 의해서 범죄로 정의되었기 때문에 정치범이 된 케이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한 용감한 행동이 사회 시스템에 의해 범죄로 규정되었기 때문일 뿐, 그건 실제로 범죄가 아니라는 거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교정 시설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강조해요. (People should really begin to express themselves aggressively, boldly, and demand something be done about the prisons in this society.) 지금도 미국의 범죄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면 뿌리 깊은 폐착이 있고, 그것이 결국은 인종차별적 결과를 낳고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도 안젤라 데이비스와 같은 많은 지도자들이 나서서 이런 인종차별적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바꾸어나갔으면 해요. 

+ 안젤라 데이비스 자서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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